왕검은 치우의 후예
단군신화의 주인공이며 고조선의 첫 단군이었던 왕검은 바로 동아시아계
기마종족을 크게 통일시켰던 인물이며, 치우계로부터 정통성을 물려받은
사람이었다.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 실린 내용에서 왕검은 한님의
후예, 곧 환인(한님의 음차어)의 손자이며 환웅의 아들로 표현된다. 즉
왕검은 하늘의 후예를 자처했다는 데서 치우계와 공통성을 가지며, 오늘날
발굴된 유물의 지역적 분포에서도 치우계의 그것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다만
그 사이에 몇백 년이라는 세월만이 가로 놓여 있을 따름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범의 이야기도 환웅의 시대, 곧 치우의 시대에
이루어진 종족분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연구결과에서도
산동성을 중간지대로 하여 그 동북부에서는 곰이 등장하는 종족 성립 신화가
많고, 서북부에서는 범과 관련된 종족 성립 신화가 많다.
왕검의 아버지는 단웅(환웅시대의 마지막 군주인 거불단의 형제)이고
어머니는 웅씨의 왕녀로서, (왕검은) 신묘년(서기전 2370 년) 5월 이튿날
인시(동틀 무렵)에 박달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에게는 하늘사람과 같은
진리스러움이 있어 모두 존경하고 따랐다. 14세 되던 갑진년(서기전 2357
년)에 웅씨의 왕은 그가 신성하다는 평을 듣고 그를 추대하여 '작은 임금'으로
삼아 부족의 영역을 다스리게 했다. 무진년(서기전 2333 년) 온 나라 사람들이
그를 '한님의 아들'로 추대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아홉 환족이 통합되었고,
신과 같은 그의 가르침이 널리 퍼졌다.
이 기록은 "환단고기"의 '단군세기'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런데 이
기록에서 왕검은 무력으로 권력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인품 때문에
지도자가 된 것으로 나타난다. "삼국유사"에 보이는 왕검의 건국이념과
관련해볼 때, 이런 이야기는 왕검을 중국의 요임금처럼 꾸미기 위한
겉치레로만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건국이념과 관련된 왕검의 정신세계를 통해
당시의 문화수준을 가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서 왕검의 정치구호는 "널리 사람을 두텁게
한다"는 것과 "세상에서 진리를 구현해낸다"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두
구호에는 '삶의 주체'와 '삶의 방향'이 보이고 있는데, '홍익인간'은 삶의
주체가 인간임을 강조하는 것이고 '재세리화'는 삶의 방향이 진리(하늘의
이치)와 일치하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즉 서로가 이익 되는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사람이 하늘을 닮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왕검의 정치철학이었다.
조화를 중시한 것은 단군시대에서 종족 내부의 운영원리를 밝힌 것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 단군조선이 여러 기마종족들로 이루어진
다종족연맹체였음을 반영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연세계의 모든 사물이 그렇듯
종족과 종족 사이에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연맹체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왕검 이전의 시대는 분열과 갈등으로 말미암아 상당한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분열에 대한 반성이 건국이념에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분열에 대한 반성이 건국이념에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본질은 같으며 진리에 따라 조화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결국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종족과 종족 사이의 차별성을 극복하고 하나의 연맹체
속에서 통일시켜내려는 원리였던 것이다. 물론 단군이 하늘의 후예를
자처한 이상 그 진리의 근거는 하늘의 뜻이라고 보아야 한다.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서 왕건이 환인의 손자이고 환웅의 아들임을 밝힌
것은 단군조선이 전통을 존중하는 사회였음을 드러낸다. 즉 조상은 보다
하늘과 가까운 존재이며, 따라서 조상을 존중하는 것이 하늘의 뜻을 받드는
중요한 행위라고 이해했던 것이다.
이처럼 왕검의 사고체계는 다종족연맹체라는 여건에서 형성된 것으로서
과거의 전통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러한 사회적 환경은 그의
사고체계를 더욱 빛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따라서 이런 원리, 곧
하늘(우주)과 인간의 동일성, 인간의 주체성, 인간과 인간의 조화, 현상보다는
당위를 향한 인간의 실천 등의 원리는 단군시대의 사회철학으로 계승되었고
그런 관점에서 고조선의 문명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단군시대와 가까운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먼 훗날까지 이런 사고방식은
면면히 우리들의 정신세계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곧
한님'이라는 동학의 사고방식도 이런 전통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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