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와 고구려의 만남
사위와 딸을 잃었을 뿐 아니라 국경의 요충지대를 잃어버린 김춘추는 백제에
대한 응징을 주장했다. 그는 단순 응징의 차원을 넘어 그 기회에 백제를
완전히 무너뜨리려고 했다. 그러자면 고구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춘추는 곧바로 고구려의 연개소문을 만나 담판을 짓기로 하고, 동지인
김유신의 동의를 얻은 뒤 개인적으로 고구려를 방문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실력자 연개소문은 김춘추의 제안을 거절했다. 연개소문은
거대한 해양국가인 백제와 손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터라 백제와
신라 사이의 분쟁에 끼여들기를 꺼려했다. 연개소문은 김춘추를 위험인물로
판단하여 그를 감금해두고 신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연개소문의 기대와 달리 김춘추에게는 고구려와 대결조차 마다하지
않는 뒷세력이 있었다. 그의 동지인 김유신이 바로 그런 세력의 지도자였다.
김유신이 무력대결까지 각오하며 고구려의 국경으로 군대를 진출시키는
바람에, 신라와 전쟁을 바라지 않던 연개소문은 마침내 탈출이라는 형식을
빌려 김춘추를 돌려보내고 말았다.
고구려와 연합해서 백제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계획이 어긋나자, 김춘추는
이제 '비상식적인' 계획을 써서 백제를 멸망시키려고 했다. 그는 기마종족의
적이었던 당나라와 연합해서 백제를 멸망시킨 뒤, 백제의 영토를 나누어
가지려고 했다. 즉 신라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백제 땅을 차지하며,
당나라는 대륙의 백제 땅을 차지한다는 계책을 세우고 당나라와 군사적 외교를
벌였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는 당나라와 군사연맹을 맺는 데 성공했다. 당나라도
해상왕국인 백제를 대륙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싶었기에 사실 이 연맹은 신라의
뜻대로 맺어질 수밖에 없었다. 신라와 당나라는 백제를 압박했으며, 마침내
660 년 백제의 중심지였던 사비성(부여)을 무너뜨리고 아시아 최고의
해양왕국을 멸망시켰다.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와 당나라는 이제 고구려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죽자 권력욕에 찌든 그의 아들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나라와 결탁하기도 했으며, 또 그의 동생은 신라로 망명했으니, 신라와
당나라는 너무나 좋은 기회를 만남 셈이었다. 광개토왕 이래 기마종족의 거대
연맹체로 군림해왔으며, 북부여족을 중심으로 무려 700여 년이 넘도록
예맥족,말갈족,돌궐족,거란족 등의 삶터였던 고구려도 결국
내부권력의 공백 때문에 허무한 종말을 눈앞에 맞이했던 것이다. 실제로
고구려는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해보지 못한 채 668 년 나,당 연합군의
손에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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