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불교와 백제의 운명
도솔천에 있는 미륵이 이 세상으로 내려와 다시 부처가 될 때, 함께 살던 그
시대 사람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미륵신앙이다. 그러므로
미륵이 세상에 나타날 때 함께 태어나서 그와 함께 부처가 되려는 것이 이
신앙의 초점이다. 즉 미륵신앙은 현실적인 것이라기보다 다음 세상에 그렇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내세구복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백제의 미륵신앙은 내세구복적이라기보다는 현세구복적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륵은 이미 인간세상에 나타났으며, 도를 얻어
미륵사라는 절에 모셔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의 세상은 바로 미륵을
믿음으로써 그와 함께 부처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를 거부함으로써
구원의 기회를 놓칠 것인가 하는 선택의 시기로 묘사되었다.
더구나 이 신화는 미륵사를 임금이 세우고 임금이 먼저 그의 사회적
대리인이 되었으므로 임금에 대한 철저한 믿음만이 구원의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즉 백제라는 나라는 이제 미륵사를 세움으로써 현실적 구원의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백제 미륵불교의 사상적 특징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미륵신앙과 정치의 일원화라는 측면이다. 즉 왕에 의한 정치는
미륵을 대신하는 구원의 방법이라는 성격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삼국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왕권을 가진 백제의 현실을 합리화시켜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둘째는, 구원의 구체적 방법, 곧 신앙의 구체적 방법은 곧 계율의 준수라는
등식이다. 즉 미륵과 그 대리자인 임금에 의해 구원받기 위해서는 임금이
밝혀준 미륵의 계율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관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백제의 불교가 계율을 중시하는 미륵신앙임을 보여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측면은 바로 백제사회의 정체성과 폐쇄성을 상징한다. 이미
구원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는 백제의 현세구복적 미륵신앙은 진보에 대한 더
이상의 갈망이 사라진 것을 뜻하며, 정치와 신앙의 일치라는 강력한 등식은
미륵신앙 이외의 사상적 측면을 배타시하는 폐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마종족 계열의 문화와 예술 작품은 강건하고 패기가 넘친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와 개척정신을 상징하는 강렬한 이미지로
평가된다. 그런데 같은 기마종족 계열의 나라였던 백제의 문화적 특성은
화려함과 세련됨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특성은 백제 후기의
것이며, 미륵신앙에 의해 사회가 폐쇄적인 완성도를 보이고 더 이상 진보를
갈망하지 않는 단계에서 나타난 것이다. 백제는 미륵신앙 이후 기마종족
고유의 사고체계로부터 상당히 이탈해버린 셈이다.
세력 사이의 철저한 조화라는 원칙은 미륵의 대리자인 임금의 독단으로
대체되어버렸고, 경험의 중시와 끊임없는 개척정신은 현실 안주적인 의식으로
대체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를 받아들인 이후 백제는 삼국 가운데서
가장 짜임새 있는 나라가 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진보를 기약할 수 없는
경직된 나라로 바뀌고 말았다. 백제에는 더 이상 통합과 개척의 가능성이
없었다. 정신적으로 폐쇄되고 독단화 되어버린 문화는 백제의 흥망과도
직결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백제는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의 타락과 신하들의 무능 때문에
멸망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나도 표면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은 백제 사회가 왜 그토록 타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어째서 그런
타락이 교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요컨대 백제가 멸망한 것은 바로
고조선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사상을 버리고 외래사상에 전적으로
의존하려 했던 일부 지배층의 지나친 욕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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