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32일 슬픈 비요일

뭉치 2

이슬 (새벽이슬, 이슬의꿈,이슬과길) 2017. 1. 28. 04:21

뭉치 2

 

이슬이가 좀 많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대략 20여년 전 일어난 이야기 같군요….

 

천안시 바로 위에

성환에 살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그 어느 날

모친 심부름 핑계로

사실은 도서대여점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 날이 공교롭게도

성환 5일장이었습니다

 

그 앞을 지나다 우연히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느낌에

강아지를 장터에 팔려고 나온 곳이 있더군요….

거의 대부분의 강아지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자고 있었는데..

단 한마리의 하얀 강아지가

이슬이를 계속 쳐다 보고 있더군요…..

무심코 지나가 대여점에 책을 빌려오고…..

 

다시 그 앞을 지나는데

또 그 하얀 강아지가 계속 쳐다보더군요

유난히도 슬픈 눈빛처럼 느껴지더군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강아지 주인할아버지께 여쭈어….

주머니를 톨톨 털어서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이슬이 여러 번 강아지를 키웠는데….

크고 작은 거 할 것 없이

뭉치 1 (여기엔 깊은 사연이 숨어있습니다….언젠가는이야기할 날이….)

 

이 친구가 제 곁을 떠난 뒤….

개를 키우기가…..

그래서 예전 생각이 나

뭉치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답니다….

털뭉치 하얀뭉치뭐 그런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데리고 오던 날부터

예사롭지가 않더군요

대소변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대소변을 가려 보더군요

이 뭉치란 친구가

이슬이 곁을 떠날때까지

한 번도 이 뭉치가 대소변을 본 자리를 못찾았어요…..

 

항상 밖으로 나가

대소변을 보고 들어오더군요

기껏해야 태어난 지 한 두어 달이나 되었음직한..

작고 귀여운 하얀 개 였답니다.

 

이슬이가 개를 키워 본 중에….

이 뭉치는 정말 손이 하나도 안가더군요

뭘 물어뜯지도 않고

혼자 놔두면 조용히 한 구석에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더군요….

 

그러다 뭉치야….

부르면 쏜살같이 뛰어와…..

온갖재롱을 피우고

 

이슬이가 걸어가면

꼭 뒤에서 따라오더군요

앞 서 가지도 않고요

정말 신통방통한 뭉치였어요..

 

그렇게 서너달이나 같이 지냈을라나?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설사를 하더군요….

동물병원에 데려갔지요

 

장염이라 하더군요

그렇게 병원에 일주일을

결국 병원에서도 데려가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집에 데리고 와

한 일 주일이나….살았으려나요?

 

그렇게 마지막날까지….

꼭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대소변을 나가서 보고 들어오더군요

희한한 것은

처음 대소변을 본 곳에서부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멀리가서 대소변을 보고 오더군요

 

그렇게 이슬이 곁을 떠날 때까지….

정말강아지 같지 않은강아지

뭉치…..

 

뭉치야참으로 보고 싶구나….

그런 뭉치

그런 강아지

정말….이런 강아지가 다 있다니….

 

그렇게 뭉치가 떠나고 난 뒤….

한참을….눈에 선하더군요….

 

우리 뭉치….지금은 하늘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그 때 추억을 떠 올리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