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5. 통일 아닌 통일, 삼국통일
5. 통일 아닌 통일, 삼국통일
(우리 역사가 한반도로 한정된 결정적 사건 #1)
역사에서 개인의 역할
사람들은 역사에서 개인의 역할이 참으로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때때로 영웅을 들먹이면서 그가 역사의 방향을 틀어놓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영웅으로 칭송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조차
자신의 자전적 수필 속에서 자신이 역사적으로 너무 왜소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서로 모순되는 듯한 두 명제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것이며, 어느 것이 틀린
것인가? 개인의 역할은 반드시 사회 전체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들의
거대한 역할도 그 시대와 떼놓고 평가할 수 없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역사가들은 영웅의 전기를 쓰지 않고 시대사를 쓰며, 개인을 연구하는
경우에도 그의 역사적 행위를 사회와 함수관계 속에서 해석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회의 함수관계는 과연 어떤 것인가? 수많은 역사가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아직 그 함수관계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것을
법칙적으로 정리해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설령 우리가 개인과 사회의 함수관계를 법칙적으로 정립할 수 있더라도,
미래 역사는 아마 그 법칙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란
찰나찰나 이루어지는 수많은 선택들의 상호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에 어떤 법칙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미 그 법칙 자체를 선택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법칙을 창조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법칙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삶과 죽음의 세계를 모두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삶과 관련된 분야만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역사에는 법칙이 없으며, 선택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인과관계들이 있을 따름이다.
역사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선택은 늘 뒷사람들의 공부거리가 된다. 역사에서
이루어진 그런 선택이 그 미래를 너무나 다르게 만들었다고 보는 탓이다.
사람들의 이런 관심은 '역사적으로 만약 그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이론적,해석적
역사가를 매우 당황하게 만든다.
삼국시대 말기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들이 이루어졌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들 가운데 대부분은 잊혀졌으며, 일부는 충분히 역사적
사실로서 평가받아 여러 가지 해석의 소재가 되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그의 강한 의지 때문에 이루어진 선택도 있지만, 때로는 그의 의지와 그다지
관련없이 이루어진 선택도 있다. 또 그 가운데는 자신의 의도와 관련없이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종말을 불러온 경우도 없지 않다. 또 일시적으로
영광을 불러왔지만, 뒷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천추의 한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