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탄..근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빈이 생각이 절로 난다..그래서 올려놔...
얼마 전 아내가 5년 동안 써 왔던 휴대전화기를 바꿨다. 아이돌 그룹이 요즘 선전
하는 최신형 휴대전화기다.
아내는 요즘 자나깨나 분홍색 폴더 휴대전화기를 끌어안고 산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전화기가 크다. 두께는 얇은데 폴더를 펼치면 아내의 작은
얼굴을 다 감싸고도 남는다
"형우엄마, 핸드폰이 너무 커서 당신 얼굴을 다 가린다."
"핸드폰이 큰 게 아니라 내 얼굴이 작은 거지"
"뭐...아무튼, 그 핸드폰 폴더 열고 한 다섯 개 정도 세로로 쌓으면 당신 키만 하겠다."
물론 한 대 맞았다.
매를 버는 깐죽임이었지만 저녁 내내 휴대전화기를 들고 나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아내 행동에 대한 서운함의 성토였다.
최신 휴대전화기에 대한 아내의 집착에 살얼음을 걷던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어제
저녁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의 휴대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최신 오락 기능을
알게 되었다. 요즘 휴대전화기 오락은 모션기능이 있어서 버튼을 누리지 않고 휴대
전화기의 움직임으로 하는 오락이 있다. 모든 휴대전화기 오락이 그렇지만 단순하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다. 난 아내가 들어온 지도 모르고 모션기능의 야구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핸드폰 내놔"
"잠깐만....기록만 세우고"
난 더 심하게 휴대전화기를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핸드폰 가져 오라니까"
"한게임만 더..."
난 더 강렬하게 휴대전화기를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핸드폰속에 납땜이라도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아내가 소리를 지른다.
"이게 무슨 트랜지스터 라디오냐? 납땜이 떨어지게..."
난 휴대전화기 폴더를 덮고 치사하다며 이불 위로 던진다는 게 그만.....방바닥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휴대전화기를 부여잡고 아내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정말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든다.
휴대전화기 한번 잘못 던졌다가 나 어제 골로 가는지 알았다.
아내의 씩씩거림이 잠시 가라앉을 무렵 난 넌지시 물었다.
"내가 좋냐 핸드폰이 좋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내의 대답이 돌아왔다.
"핸드폰~"
"그럼 형우가 좋냐 핸드폰이 좋냐?"
"핸드폰 ~~"
"그럼 송이가 좋냐 핸드폰이 좋냐?"
"핸드폰 ~~~"
"그럼 장모님이 좋냐 핸드폰이 좋냐?"
"핸드폰~~~~~~~~~~~~~~~~~~~~~~~~~~~"
할 말을 잃고 돌아서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나하고 핸드폰하고 물에 빠지면 뭐부터 건질래?"
뜻밖에 아내의 대답이 시간이 걸린다.
"음..........자기"
이제야 마누라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가 이런 말을 하면서 돌아선다.
"어차피 물에 빠진 핸드폰 당신이라도 건져서 새로 사내라고 해야지~~~"
이런......
하긴 내가 휴대전화기 보다 난 게 뭐가 있나...
외모가 얇상하고 예쁘기를 해...그렇다고 때깔이 곱기를 해....그렇다고 연식이 짧아....
안양시 박달동(아내의 근무지)에서 항상 손에 분홍색 최신 폴더폰을 들고 전화기 벨이
울리면 귀 뒤로 머리 한번 넘겨주고 주위 한번 의식하고 아주 화려하고 큰 팔동작으로
전화기를 받으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여자가...................................내 마누라다. ㅋ